페이퍼룸 & 리소생

蘇生

‘리소’라는 단어에 (생기 넘치는) ‘生’을 붙여 ‘리소생’이라는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다시 소생한다(re:蘇生)’는 뜻도 될 것 같아요. 2014년 최윤호는 소규모생산자 플랫폼 ‘소생공단‘에 인터뷰어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3년 후엔 함께 사는 정경화가 운영을 맡았고요. 리소생은 소생공단의 계열사!이자 스튜디오, 혹은 사무실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 만, 줄여서 말하면 그냥 한 몸입니다. ㅎㅎ 정이 들어버린 이름과 일들을 쉽게 끊어버리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뭐가 많아 보이는 것일 뿐 소소하게 살아갑니다. 우리와 ‘소생’과의 인연은 그렇습니다.

濟州

2018년, 우리는 제주로 이주했습니다. 그저 서울 바깥에서 살아낼 수 있기만을 바랬는데 어쩌다 보니 제주도에서 살게 되었네요. 이곳에서도 사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지만 관광지의 높은 물가를 견뎌내야만 하지요. 그래서 최선생은 아름다운 중산간 마을에서 제주 시내나 한라산 너머 남쪽으로, 또 오름을 지나 꽤 멀리 출퇴근하며 월급쟁이 생활을 했고, 서울로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어줍잖게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방과 도시를 오가며 일하는 삶은 예상만큼 지속가능하지 않았어요. 은행 잔고가 채워지면 몸과 마음이 피곤해지는 기이한 현상 ㅎㅎ. 한해에 열두가지 일을 해보면서 삶의 조건을 탐색하던 어느날, 우리는 직접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때를 기다리다 실행에 옮겼지요. 스튜디오 ‘리소생’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제법

리소생은 ‘디자인 스튜디오’인데요. 하는 일의 폭은 조금 넓습니다. 우리는 책과 페이퍼 굿즈를 만들고, 때로는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만듭니다. 수퍼맨같은 능력보다는 서로의 개성과 장점을 살려 해야 할 일들을 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관심을 두어 온 사진, 리소그래프, 그래픽 디자인,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제주라는 지역에 관한 어떤 일들이라도 “제법 잘” 엮어낼 수 있어요. ‘제법 잘’, 우리 희망이자 비전입니다.

제주도 조천리에는 저희 부부가 운영하는 조그마한 복합공간 페이퍼룸이 있습니다. 페이퍼룸은 카페와 서점, 편집숍, 디자인스튜디오가 오밀조밀 들어찬 조그마한 공간인데요. 멀리 조천 앞바다가 보이는 2층에는 특별한 방법으로 만든 책과 페이퍼굿즈를 전시-판매중입니다. 리소그래프, 실크스크린, 레터프레스 등 특별한 인쇄/판화 기법으로 제작한 그림책과 진(zine) 등 서적류, 그리고 포스터, 엽서, 카드, 코스터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1층에는 스튜디오 리소생이 자리하고 있고, 음료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코너와 좌석을 1층과 2층 창가에 마련해두었습니다. 카페 코너에서는 주변의 좋은 로스터리들로부터 공급받은 갓볶은 원두를 갈아 넣고 모카마스터로 내린 필터-커피, 물 한방울 섞지 않고 청송 사과로만 만든 프리미엄 탄산 쥬스 ‘블루피노’,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돈시몬’ 착즙 쥬스도 각얼음과 함께 내어 드리고 있습니다. *계단이 있어서 어려울 수 있지만 어린이와 반려동물의 입장을 환영합니다.

리소그래프 기반 독립 출판, 프린팅 서비스

제주도에 인쇄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처음 인쇄를 접하는 분들이나 예술가,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실험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인쇄 방식은 아직 제주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리소그래프는 특별한 취향과 개성을 지닌 결과물을 소규모로 제작하기에 매우 적합한 방식이고, 또 코팅하지 않은 종이와 콩기름, 쌀겨기름을 활용한 잉크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적 특성을 갖고 있어 제주에 더욱 어울리는 인쇄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자재인 리소그래프용 잉크와 마스터, 코팅되지 않은 종이를 갖추는 일이 육지에 비해 매우 어렵습니다. 리소생은 A3 2도 기종인 ME-935 인쇄기를 스튜디오에 설치해 페이퍼 굿즈와 리소진 등 자체 작업물 제작에 활용하고, 원하는 분들에게 프린팅 서비스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현재 10가지 색상의 리소 인쇄가 가능하며, 재단, 일반 중철 및 고리 중철 제본, 스티치 제본 등 후가공 작업도 제공 중입니다. 도내 협력사를 통해 무선 제본 등 다른 종류의 후가공도 협의 후 진행 가능합니다. 상세한 내용은 다음 문서를 더 살펴 보세요.

소규모 웹사이트 기획, 디자인, 개발, 운영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디지털, 커넥티드 환경에서 콘텐츠를 발행하고 배포하는 방식을 연구해왔고, 또 실행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의 웹 환경에서 콘텐츠를 배포하는 일련의 과정 모두를 아웃소싱 없이 일관성 있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커머스, 호텔 매니지먼트 등 분야를 넘나드는 웹사이트 디자인과 개발, 효율적인 서버 구축, 그리고 작은 규모에서는 힘든 높은 난이도의 콘텐츠 관리 도구 등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준비하도록 도와드립니다.

최윤호는 한국에 웹이 처음 소개되던 때부터 HTML을 익혔습니다. 아마도 1993년 정도가 아닌가 싶은데요. 단과대학 통신 동호회 시삽을 하면서 방안의 컴퓨터로 서버를 만들어 당시만 해도 초고속이던 ADSL회선을 붙여 텔넷 BBS 서버를 만들어 운영했고, 웹서버를 만들어 분양해주기도 했습니다. 1996년에 만들어진 잡지 <마이웨딩> 웹사이트는 그가 처음으로 비용을 받고 작업한 결과물인데 아직도 미국의 웨이백 머신(웹 아카이브)에 남아있네요. 조잡하긴 해도 ‘다음(DAUM)’ 포털보다 먼저 만들어진 추억의 작업물이라 링크를 붙여봅니다.

밀리미터 밀리그람 온라인 스토어, 2021